향가를 읽으며 신라인으로 빙의하다.
[책읽는 참언론 1]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이 노래
정영경 | 회원ㆍ보림출판사 서평단
암호를 해독하듯, 신라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책을 읽다보면 '시절인연'이라는 구절을 자주 만난다. 내 몸과 천지의 기운이 맞아 떨어지는 찰나에 연애가 시작된다. '시절인연'이라는 것이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 뿐 일까.
살다보면 물건을 얻는 것, 기회를 갖는 것도 적절한 시기가 닿아야 가능한 것이다. 독서를 즐기는 분이라면 '책'과의 만남도 '시절인연'과 닿아있음을 십분 공감하리라.
최근 인연 닿은 책은 <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 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향가의 세계>이다. 부제에서 암시하듯 신라시대 ‘향가(鄕歌)’ 12편을 해석하고 있다.
고전시가를 연구하는 이형대 교수는 어린 딸들과 친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국어나 작문을 배우는 시기에 한 번 즈음, ‘향가’를 맛보았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간혹 접하기도 했을 것이다. ‘서동요’, ‘처용가’에 얽힌 전설을 대강은 알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제대로 안다는 것의 간극이란 천년의 시간만큼 깊고, 넓다.
이 책은 주요독자를 12세 이상에 두고 있다. 저자의 작업의도처럼 ‘향가’에 대해 낯설거나, 어렴풋이 아는 독자에겐 안내집이 된다. <삼국유사>에서 발췌한 12편의 ‘향가’를 네 개의 주제로 분류하고, 각 주제에 적절한 세 편의 ‘향가’를 담고 있다.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답게 저자는 작품 하나, 한 소절까지 담담하고, 세심하게 다룬다. 가령 이런 구절들은 역사에 어둡고, 접근이 두려웠던 나와 같은 독자에게 신라시대와 신라인을 조우하게 해준다.
<서동요>는 어떤 성격의 노래였을까요. 이 노래를 ‘얼레리 꼴레리’ 형의 동요로 본 학자의 얘기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얼레리 꼴레리 누구누구는 누구누구와 뭐뭐 했대요’ 라는 식으로 두 주체의 어떤 행위를 폭로하며 놀리는 노래 말입니다. p26
진평왕대의 <혜성가>의 기록을 보면 화랑은 제의를 수행하는 집단에서 전투를 담당하는 집단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p139
<모죽지랑가>와 관련해서는 신라가 문명화 과정에서 유지해 온 독특한 혈맹의식, … 집단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p156
‘향가’에 대한 깊은 해석은 물론 이 책은 문학적 감수성을 확장 할 수 있는 작품이 틈틈이 등장한다. <서동요>와 <촌>이라는 안동 대곡 분교 2학년 학생의 동시를 비교하고, <우적가>와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으로 ‘대도’에 관해 풀어낸다.
<도천수대비가>에서는 시각장애인 시낭송가 김민서 씨에 대한 사연과 자작시 <정자행>을 소개하고 있다. 천 년 전의 신라인의 노래와 현대인의 노래를 읊어주며 인간사의 보편적 세계관을 전달하는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전해지는 향가는 30수가 채 되지 않고, 1927년에 <향가와 이두 연구>라는 논문을 일본학자가 연구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스산하기도 했다.
다행히 자극을 받은 양주동 선생을 필두로 ‘향가’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한다. 이 책도 그 결과물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인연이 닿아 <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로 신라시대와 신라인에 대한 정보를 확장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과 다르다.”라는 명언의 구절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 ‘향가’를 감상하는 나의 감성은 예전과 다르다. ‘향가’ 한 소절, 한 소절을 낭독하며 음미해 보시길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또 하나의 권유. 저자 못지않게 책 면면에 ‘향가’의 감성을 자극하는 수묵삽화는 먹의 향을 발산하고 있다. 12편의 노래에 담긴 심리적 묘사가 절묘하여 그림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안타깝게 신준식 작가는 불의의 사고로 이 책의 삽화가 유고작품이 되었다. 개인사적 사연을 알고 그림을 들여다보니 월명사의 <제망매가> 한 소절이 떠오른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에 있으매 두려워하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는가....
[책읽는 참언론 1 | 정영경]
정영경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회원이며, 보림출판사 서평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평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작성된 원고를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홈페이지에도 공동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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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al black diamond 2012/05/21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습니다. 그것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natural black diamond 2012/05/21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습니다. 그것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