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이 기사/한겨레신문 2월 18일]정부 발표선언 앞 야당은 무력, 협정문에선 "서한 보내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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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2012년 2월 18일에 등록된 칼럼입니다.
정부의 협정 발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법적 요건과 절차를 갖췄는지 서로 확인하는 양국 정부간 실무교섭도 거의 끝났다. 두 나라 대통령이 발표 날짜를 선언하는 일만 남았다. 외교통상부는 이달 안 선언을 이미 예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협정 발표 선언과 함께, 지난 해 11월 국회 비준동의 직전에 약속한 대로 투자자-국가 제소제(ISD)관련 조항의 재협의 계획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조항이 삭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양국 정부는 협정 발효 뒤 분야별로 공동협의기구를 구성해 쟁점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구에서 협정문 특정 조항의 삭제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
한겨레신문 2월 18일/클릭하시면 큰 이미지 보실 수 있습니다.
협정 발표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행보도 빨라졌다. 지난 8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빌미로 연일 정치적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겨냥한 공세가 날카롭다. 협정을 추진한 주역이면서 이제와 왜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도 스스로 모순에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13일 공언한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대부분 협정과 충돌할 소지가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이다. 협정에 담긴 경제자유화의 가치와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경제민주화의 논리는 충돌할 수 밖에 없다.
여당과 보수언론의 비판에 민주통합당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 8일 주한미국대사관에 협정 발표 절차 중지와 재협상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할 때와는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면 폐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가 지금은 재협상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협정을 반대하는 논리도 궁색하다. 반대 논거는 두가지다.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무너뜨렸으며, 지난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로 사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폐기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조항들은 대부분 이익의 득실을 따질 수 없다. 사법주권의 침해나 헌법적 가치의 훼손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조항들이다. 이처럼 셈하기 힘든 위험을 감수한 책임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에 있다.
경향신문 2월 13일 3면
민주통합당이 재협상 의지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통절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수레를 말 앞에 놓고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정부가 협정 발효를 강행하더라도 무효화 시킬 수 있는 길은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 협정 폐기 또는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집권하면 된다. 양자간 통상조약은 세계 154개국이 가입한 세계무역기구 (WTO)협정과는 달리 국제법상 강제성이 없다. 어느 한쪽에서 무효를 선언하더라도 상대국에서 통상 보복을 할 수 없다.
협정에 무효 절차를 규정한 조항도 있다. 제 24.5조의 2항에 따르면, 정부가 협정 종료를 바란다는 외교서한을 보내면 그 뒤 180일째부터 무효가 된다. 절차상으로는 이처럼 간단하지만, 단기적으로 한미관계 악화라는 대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논란이 되는 조항들만 고치는 재협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통상조약 체결 권한이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재협상을 하려면 미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권한을 위임하는 입법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그러나 미 의회가 특정 국가만을 위한 위임법안을 만든 사례는 지금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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