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갈등의 허와 실
사회적 거리감 영호남 가장 가까워,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 불거지는 이유
김순홍 (사회학박사. 광주대학 교수. 사단법인 광주사회조사연구소장)
지역감정의 골은 여전히 깊다. 그러나
최근 20년 간 우리 사회에 지역주의 혹은 지역감정처럼 많은 논란을 가져온 용어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많은 정치·사회적 사건의 배경을 보면 지역감정이 중요한 결정요인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안배를 통한 경제의 불균형 발전이나 인사차별 외에도 각종 국가정책의 결정도 특정 세력이나 지역의 이익을 배려해 내려진 경우가 많다. 선거에서 나타나듯이 일반 국민들도 평소에는 조용한 듯 하다가도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가 되면 다분히 지역주의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
지난 4·13 총선은 한국정치가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선거 전에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각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및 입후보자의 자질 시비가 일면서 이번에야말로 당이나 출신지역 편향을 어느 정도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서울과 경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렇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우리 사회의 지역주의는 예전 그대로, 혹은 더욱 심화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론은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선거결과라는 것이 당선 아니면 낙선이라는 양자택일이기 때문에 당선자 수만 가지고 지역주의가 심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남권에서도 과거에는 거의 힘을 못쓰던 민주당이나 진보성향의 후보가 상당히 선전한 지역들이 있고, 호남에서 민주당 몰표가 상당 부분 사그러든 것이나 충청/강원권에서 표가 분산된 것 등은 오히려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영호남 둘다 지역감정의 피해자
우리 사회에는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이 만연된 것처럼 알려져 있다. 언론을 비롯한 각종 매체가 그렇게 보도하고 있고 정치권, 시민단체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도 대부분 이에 공감하는 실정이다. 이번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을 휩쓴 것은 ‘반 DJ정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DJ라는 상징은 결국 호남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호남에 정권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빠진 영남인들이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남과 호남의 지역감정이 부각되는 이유는 우리 정치의 양대 세력을 두 지역이 대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간 한국 정치의 지배층이었던 영남세력에 맞설만한 대표적 지역집단은 호남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영·호남 사람들 간의 배타적 감정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여러 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두 지역 사이에 지역감정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광주사회조사연구소의 연구결과 (광주사회조사연구소에서 발간한 학술지 『사회연구』의 창간호 특집 「지역주의와 지역문제」에 자세히 나와 있음. 연구소의 홈페이지 http://www.ksrc.or.kr 에 들어가면 『사회연구』지에 실린 기사를 볼 수 있음)에서는 영호남간의 지역감정이 예상보다는 심각하지 않고 오히려 영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영호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조사에서는 ‘친구삼기’ ‘집 세주기’ ‘자녀의 결혼’ ‘본인의 결혼’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전국민들의 사회적 거리감을 측정하였는데, 강도가 약한 지표나 강한 지표에서 모두 영호남 상호간의 거리감보다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두 지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거리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강도가 가장 높은 ‘본인의 결혼’에 대한 태도를 비교해 본다.
경상도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을 출신연고별로 보면 대전·충청·강원이 36.3%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서울·경기(30.9%), 호남(29.1%)의 순이었다. 전라도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는 비율도 역시 대전·충청·강원(43.0%)이 가장 높고, 그 다음 서울·인천·경기(32.6%), 부산·경남(28.7%), 대구·경북(26.1%)의 순이었다. 경상도와 전라도에 대해 가장 사회적 거리감이 먼 지역은 충청/강원이고 그 다음은 경인지역이었는데 이같은 결과는 광주사회조사연구소에서 수행한 다른 조사들에서도 비교적 일관성 있게 나타났던 현상이다.
조사결과를 볼 때, 영남과 호남 지역의 주민들이 상대 지역민에 대해 느끼는 사회적 거리감이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만큼 높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호남이 서로 지역감정으로 대립하고 있다는 주장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현실에 비해 지나치게 과장되어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전라도 및 경상도 모두에 대해 가장 큰 사회적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충청·강원 지역이라는 조사결과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역감정의 근원은 서울과 지방의 구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의 여건상 역사적으로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과거부터 지방을 차별하는 관습이 내려왔을 것이다. 서울 및 인접 지역(경인,·충청·강원)에서 전라도와 경상도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이 가장 크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이 지방을 차별하고, 인접 지역인 충청도나 강원도는 서울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여타 지역과 자신들을 구분하려 한다. 이에 따라 타 지역(지방)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강했을 수도 있다.
물론 경상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전라도가 부정적인 취급을 더 많이 받기는 했지만 경상도라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인 취급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 조사의 결과를 보면 두 지역 모두 피해자인 것이다. 그래도 경상도 지역은 그간 집권 세력을 많이 배출함으로써 이를 어느 정도 무마해 온 반면, 전라도 지역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부정적 취급을 더 많이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선거철만 되면 불거지는 지역감정
한국사회의 특성상 지연이나 학연으로부터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출신지역을 등에 업지 않고 성장하기 어려운 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문벌, 족벌주의의 폐단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공동체적 지향이 강한 우리 문화의 정실주의적 특성이 근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 생활에서 지역주의를 단시일 내에 없애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간 대립이 팽배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극명하게 표출되는 것은 선거철일 뿐이다. 평소에는 오히려 지역간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민관협동으로 서로 교류를 확대하고 협력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인 만남의 장에서 특정 지역간의 지역감정이 표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선거 때만 되면 다시 지역주의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자기 지역의 공동이익, 나아가서는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집단적 행동이 필요할 때는 의식적으로 그에 걸맞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합리적 사고가 지역이기주의에 밀리게 된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지만 내 지역의 이익을 위해 내 한 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지역주의적 투표행위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배세력간의 분쟁의 와중에서 지역주의가 형성되고 이것이 지배세력 간의 갈등을 거치면서 강화되고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개인적인 만남에서 상이한 지역민들 사이에 갈등이 표출되는 경우는 드물고, 지역화합을 위한 각종 교류활동을 보면 참가자들의 열성도 높고 보람도 크다고들 한다.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한국사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호남인 모두가 갈등에 대한 허와 실을 바로 보고 지배세력의 이해관계나 언론의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의 해결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기사제공 @ 참여광장
2001-04-06 13: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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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price in pakistan 2011/09/07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기사
acompanhantes 2012/05/22 0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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